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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론실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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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비성년자(非成年者)와 미성년자(未成年者)의 삶의 주인화(主人化) 라는 과제

1. 성인이 아닌 성인(비성년자)이 가정을 이루어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문제

요즘 집에서 냉장고를 여닫을 때마다 제 마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감수성을 가진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저와 비슷한 심정일 것입니다. 바로 부천에서 아버지 최모씨에게 ‘맞아 죽은 뒤’, ‘처참한 상태로’ 냉장고에 3년째 들어가 있었다는 최모군 사건 때문입니다.

혼인과 출산 및 양육은 전적으로 성인의 일입니다. 민법상의 성년의제제도를 보아도 혼인이라는  법적 행위는 전적으로 성년의 일로 간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른”이라는 단어가 남녀간의 성행위를 뜻하는 “얼다” 라는 동사의 과거형 “얼은”에서 온 것이라고 고등학교 때 배우지 않습니까?  최근의 극단적인 아동학대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가족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성인이 아닌 성인, 어른이 아닌 어른(비성년자)에 의해서 혼인과 출산 및 양육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의 일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책임감의 투영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전적으로 자신이 떠안는 것이 책임입니다.  제가 부천의 최모군 사건과,  학대받은 16kg의 11세 소녀 탈출 사건에서 가장 놀랬던 것은 학대의 잔인한 수법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아버지라는 사람들이 경찰수사과정에서 자신도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았다며 같은 피해자인 척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서에 잡혀 온 넋이 빠진 상황에서 무슨 말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만은, 피의자가 지금의 상황에서 철부지 같이 “나도 맞고 자랐다”는 상황인식수준을 드러내는 것은 한국사회의 비성년자 문제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2. (완)성년자를 지향하지 못하는(못하도록 짜인) 가정, 학교, 군대, 사회제도의  문제

왜 비셩년자들이 성년자인양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고 살고 있을까요? 바로 한국의 가정, 학교, 군대, 사회가 미성년자 시절부터 (완)성년자를 지향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원인이  한국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일부세력이 정말 사악한 의도를 갖고 부려먹기에 만만한 수준의 사람들만을 길러내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사는 문제때문에 누구도 인식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저렇게 흘러오고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만일 전자의 사유라면 이 소름끼치는 노예적 속박을 끊고 주인됨 삶을 누리기 위해서 반드시 사악한 의도를 걷어내야 하며, 후자의 사유라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다잡고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문제인 성인으로서 내 삶의 주인된 지위에서 책임감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박제화된 단편적 지식을 외운 것을 객관식에서 높은 성적으로 받는 것만을 최고의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완)성년자로서 살아가는 책임감이라는 덕목을 한 번도 훈련받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19세가 되었다는 이유로(대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성년자로 던져지고 있습니다.

너는 부모의 자식이니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너는 선생님의 제자이니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을 따라야 한다, 너는 상급자의 부하이니 내 명령에 생각하지 말고 복종해라, 너는 내 회사의 피고용인이니 시키는 일이나 하고 월급이나 받아가라 등, 미성년자 시절부터 진정한 성년을 지향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내려 볼 수가 없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 본 적이 없으니 그 의사결정의 결과물을 스스로 책임지고 영향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애초에 봉쇄되어 있고, 이렇게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삶의 주인으로서의 훈련을 해보지를 못하고 군대와 사회에서 기성제도의 근본적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한채 주어진 조건에 끌려 나갈수밖에 없습니다.

 

3. 지식과 기능의 전달장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를 갖추게 하는 역할로서 교육의 이해전환 필요성

단편적 지식과 기능수행이 교육제도가 맡아야 할 일이 아니며, 가슴에 불을 붙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역할입니다.  한 개인의 가슴에 불을 붙이는 작업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존중을 인식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도록 미성년자를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서 정당히 대우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스스로 존중감을 갖도록 대우받는 미성년자는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모든 주변의 조건에 대해서 의심을 갖게 될 것이며, 그 의심에 대한 답을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책으로부터, 진정한 지식으로부터 스스로 찾으려 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존중감을 갖고 있는 한 개인은 자신의 일신전속적인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권리의 인식에 있어서도 예민한 감각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부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선배 누나 형이라는 이름으로, 상급자라는 이름으로 누구도 자신을 체벌하거나 함부로 지배하려는 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정이든 학교든 군이든 특수집단이든 어디에서도 체벌은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합니다. 잘못 했으면 맞아야 한다? 이는 어떠한 상황논리에서도 결코 정당화되어서는 안됩니다.

교육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된 태도를 갖추게 만드는 것이면 충분하며  지식의 습득은 그 후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에 대한 의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 주어진 상황을 납득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익히는 것이 주인된 삶을 살도록 만드는 교육의 진정한 역할일 것입니다.

 

4. 공직과 사회의 결합에 의한 사회복지와 교육자치의 협업필요성

최모군 사건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쟁점은 장기간 결석한 아동의 안위를 점검하는 주민센터 공무원의 직무유기죄 성립여부입니다. 그러나 최모군을 담당한 공무원을 직무유기죄로 엄벌에 처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무원들이 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별로 효과적인 방안이 아닐 것 같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직제도와 사회제도를 단절된 상태로 놔둔 채 국가와 정부의 시혜적인 복지혜택을 바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공직과 사회를 융합하도록 주권자인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알리고 이 상황에 대한 정당한 대책을 요구하며, 주민 스스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직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공직과 사회의 거버넌스로의 융합현상은 복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전세계적인 보편적 현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교육자치제도에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 놓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교라는 공동체의 운영방식과 교육의 내용을 주체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교육거버넌스의 확립이 필요합니다. 단언컨대,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갖고 잘 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아이들이 12년의 소중한 교육기간을 박제화된 지식을 익혀서 잘 살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떨어지는 과거의 방식(좋은 대학=좋은 직장=잘 살기)에 도전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무모해 보입니다. 오히려 학교라는 공동체 공간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된 의식을 기르도록 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접에 분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들로 교육의 내용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진정으로 민주적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자신의 자제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존중받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몇백, 수천만원의 월급을 받도록 만들어 주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 비성년자와 미성년자의 삶의 주인화라는 과제의 실현에 지식인의 역할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최모군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나  제 관점에서 이는 단순히 불행한 가정사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최군이 살해당한 배경에는 비성년자가 미성년자를 낳고 기르는 것을 방치해 온 사회의 책임이 있으며, 비성년자를 진정한 성년자로 만들 수 있는 학교제도 밖의 사회교육과 시민교육을 도외시해 온 지식인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고차원적으로 종합적 인식을 하고, 그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부여된 의미를 통해서 대중이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도록 만들며, 그 행동의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지식인들 뿐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유사지식인들이 곡학아세하여 권력이 주는 달콤한 열매만을 따먹고 있는 사이에, 지식인과 지식의 장이 수행하여야 할 정당한 역할과 공적 기능에 왜곡과 공백이 발생하고, 그 결과로 최모군 같은 힘없는 미성년자는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인과관계의 넓은 확장이 저는 결코 비논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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